자 유

상소문(펴온글)

약초 매니아 심마니 2018. 1. 15. 11:51

 

 

            




상 소 문                                   -홍종흡-


전하 !

소인은 욕심을 내지도 않고 욕심대로 이루어진 일도 없고

성실하게 늙도록 일 만하고 황혼에 접어든 나이가 되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결산해 보니 집 세 채 남았사옵니다.


이제 늙어서 일도 못 하게 되어 집 세 채 중 제일 크다는 집

서른두 평짜리 기와집을 팔아서 먹고살려고 하는데-

올해 무술년부터 집 세 채중 한 채를 팔면 살 때와 팔 때의

차액에서 六 割을 세금 내야 한다고 방이 붙어 몇 날 며칠을

상심하고 있사옵니다.


소인이 평생-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 마련한 집인데

무슨 잘못이라고 이렇게 고액 세금을 내라고 하시옵니까?

소인은 이날까지 살면서 조금도 남의 것 탐하지도 훔치지도

강도질도 한 일 없사옵니다.

집 세 채 가진 게 무슨 잘못한 죄라도 지은 일이옵니까?


전하의 문무 대신들 사는 집을 보시옵소서-

또 신하들이 가진 집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시옵소서-

서민들이 가진 것에 비하면 몇 배 몇 십배나 많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집 한 칸 없다고 불평불만 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남의 집 행랑채 빌려 살면서 고을 원님한테 손바닥 비벼 아첨해

돈 빌려다가 자기네 애들 비싼 과외 시켜 서당에 보내고

뇌물 써서 성균관 서생으로 보내 공부시키고 유학까지 시키고

자가용 가마 타고 다니면서 팔도강산 사시사철 구경하고

남의 나라 여행도 다니면서 가난한 척 불쌍한 척 하는 사람들

정말 참 많사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라에서 빌린 돈 갚는 줄 아시옵니까?

갚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갚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갚지 않고 버티다가 전하께옵서 세자마마께 선위하시면

세자마마께옵서 즉위하시어 백성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으시려고-

아뢰옵자면- 인기를 끌려고 나라에서 빌려준 돈을 탕감해준다고

끝까지 버티면서 산다고들 하옵니다.

그들의 자식들도 비싼 서당 나와 초시에 급제해 녹봉을 받아도

절대로 나라에서 빌린 돈은 갚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오래 버티면 나라에서 탕감해 준다고 믿고 산다 하옵니다.


소인은 고을 원님한테서 빌린 돈 한 푼도 안 떼어먹고

지금까지 원금 이자 또박또박 잘 갚고 있사옵니다.

올해에도 원금 갚고 남은 돈 생활비로 쓰고 살려고

집 한 채 팔려고 저잣거리에 내놨는데 이방이 와서 하는 말이

아 글쎄~!

살 때와 팔 때의 차액에서 세금으로 6할을 내야 한다고 하니-

나라에서 빌린 원금을 어떻게 갚사옵니까?

상심이 이만저만 아니옵니다. 전하 !


전하께옵서는 엄청 크고 시퍼런 궁궐 기와집에 거하시니까

저 같은 착한 백성들의 애환을 잘 모르시는 것 같사옵니다.


전하께옵서는-

지금 과욕에 불타 눈이 어두워지고 계시는가 보옵니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

말도 못 하는 백성들이 많사옵니다.

부디 어여삐 살피시어 역대의 왕 같은 성군이 되시옵소서-  


전하 !

과욕은 전하의 옥체를 상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으시옵소서-

욕심이 과하시면 선대 왕처럼 일찍 선위하시게 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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